[4·27 판문점 선언 7주년, 민화협 성명서]

  7년이 되었다. 2018년 4월 27일, 남북의 정상은 판문점에서 마주 서서 두 손을 맞잡고, 분단을 상징하던 경계석을 넘었다. 높이 5cm, 너비 50cm. 그 낮디낮은 경계석을 넘기까지, 수십 년의 세월 동안 수백만의 우리 민족이 한 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날의 한 걸음은 단지 두 정상이 발을 옮긴 것이 아니라, 전 민족이 평화를 향해 움직인 기적이었다.

  4·27 판문점 선언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같은 해 5월 통일각, 9월 평양에의 정상회담에 이어, 6월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북미 정상이 싱가포르에서 마주 앉았다. 9·19 군사합의는 사실상 전쟁 종식 선언과 다름없었고, 12월 개성 판문역에서 이뤄진 경의·동해선 철도·도로 연결과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은 우리에게 대륙으로 나아가는 꿈을 선물해주었다. 그 모든 순간은 남북이 함께 만든 평화의 여정이었고,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여는 역사였다.

  그러나 환희는 오래가지 못했다. 남북은 다시 대화의 문을 걸어 잠갔고, 경계석을 오간 것은 희망의 발걸음이 아닌, 전단과 오물이 담긴 풍선, 그리고 서로를 향한 심리 방송뿐이었다. 한반도 정세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우리 당국의 일방적인 가치외교와 북측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결국 ‘신 냉전’을 불러왔다. 우리가 잠시 멈췄던 사이 평화는 더 멀어졌고 적대는 깊어졌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민족, 특히 남북 주민들의 몫이었다. 끊임없이 울려대는 풍선 경보 문자, 쉼 없이 흘러나오는 확성기 소리는 우리의 일상을 무너뜨렸다. 북측의 개성연락사무소 폭파와 경의·동해선 철도 도로의 파괴는 접경지역의 불안을 극대화했고, 안보 불안은 곧장 민생의 위기로 이어졌다.

  언제까지 우리는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살아야 하는가. 일제강점기보다 긴 분단의 사슬을 끊어 내기 위해선, 지금 이 순간 ‘특별한 용기’가 필요하다.

  2025년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역사적 판결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대를 열고 있다. 2024년 12월,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뒤흔든 내란은 국민의 지혜와 용기로 멈춰 섰다. 광복 80주년을 맞는 올해, 목숨을 바친 독립운동가들이 꿈꿨던 조국은 ‘하나된 나라’였고, 4·19 혁명 65년, 5·18 민주화운동 45년, 6·10 민주항쟁 38년을 살아낸 민주 시민들이 염원한 종착지는 ‘통일된 조국’이었다.

  이제 우리는 다시, 평화와 통일을 위한 여정에 나서야 한다. 우리 정부는 조건 없는 남북대화를 시작하고, 깨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북측 또한 미국·중국·러시아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민족 내부의 힘을 되새겨야 한다. ‘우리 민족의 문제는 우리 스스로 해결한다’는 2018년 판문점에서의 다짐을 지금 다시 떠올려야 한다.

  민화협은 평화를 바라는 이들의 마음을 모아내겠다. 갈등을 넘어 민주주의와 헌정을 지켜내며, 남북의 국민과 전 세계의 해외동포들이 함께하는 통일의 길에 앞장서겠다. 7년 전, 전 세계를 울렸던 그날의 환희를 다시 만들기 위해 민화협은 흔들림없이 나아갈 것이다.

2025년 4월 27일

사단법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