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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화해 85호] 통일을 일구는 사람들-고성준 제주통일미래연구원장
작성자 : 민화협 / 읽은수 : 1088 / 날짜 : 2017-05-10



통일을 일구는 사람들

 

 

고성준 제주통일미래연구원장

 

분단을 극복하는 것이 4·3을 극복하는 것입니다

 

 

제주도는 지리적으로 분단선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제주도에 새겨진 분단의 상처는 깊고, 여전히 아프다. 제주 사람의 마음에 아픔으로 내재되어 있는 4·3사건은 분단과 이어져 있고, 이는 다시 평화와 통일에 대한 염원으로 이어진다. 분단의 아픔을 평화와 통일의 미래로 극복하기 위해 한 길을 걸어가고 있는 제주 사람, 바로 고성준 원장이다. 고성준 원장은 1978년 제주대학교 교수로 부임한 이래 반평생을 제주에서 통일교육과 통일운동에 매진해 왔다. 작년 2월 퇴임 한 이후에는 통일관련 싱크탱크인 제주통일미래연구원을 설립하여, 지역의 가치를 담아내는 통일을 만들어 가고 있다. 고성준 원장을 만나 제주도가 왜 평화와 통일의 가치를 실현해 나가야 하는지, 통일준비의 지방화는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하는지를 들어 봤다.

  

제주특별자치도는 평화의 섬이다. 2005년 우리정부는 제주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했다. 대부분 관광과 휴양을 위해 제주도를 찾지만, 평화로운 풍광을 넘어서는 특별한 평화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4·3의 비극을 화해와 평화, 통일로 극복하려는 많은 사람의 노력이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만들었다. 고성준 원장은 그 누구보다 열심히 그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도 그 길을 가고자하는 제주 사람이다.

 

“4·3사건은 6·25 이전의 6·25였습니다. 분단과정에서 제주도민은 대규모 학살을 당하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4·3사건을 극복하는 것은 분단을 극복하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통일을 이루는 것이라고 봅니다.”

 

고 원장은 제주도가 휴전선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지자체이지만, 분단의 과정에서 일어난 학살로 심각한 고통을 받았고, 지금까지 그 고통은 이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대학시절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분단문제를 인식하게 됐고, 대학원에서는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공부하면서 분단과 통일에 대한 고민을 심화시켰다. 1978년 제주대학교에 부임하여 지역과 분단의 문제를 연구하면서, 4·3과 같은 분단의 아픔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제주인들이 통일에 앞장서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게 됐다. 이러한 인식은 반평생을 제주에서 통일교육과 통일운동을 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북핵문제가 지속되면서 제주도민들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관심은 예전 같지 않다. 젊은이들의 경우 4·3의 의미를 잊고 사는 경우도 있다. 고 원장은 이런 때일수록 미래세대에 대한 통일교육이 중요하고, 미래세대가 공감하는 통일의 미래를 제시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4·3에 대한 이해가 통일로 승화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와 당위성에서 분단 당시와 2017년은 달라야 합니다. 이산의 아픔으로 통일하자고 하면 미래세대가 얼마나 공감할 수 있겠습니까. 통일의 이유와 타당성을 지금의 시점에 맞춰 정리하고 다듬어 나가야 합니다. 미래의 발전을 위해 통일이 필요하고 블루오션의 한반도를 위해 통일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논리개발을 해야 합니다. 생활 속에서 통일을 접하는 계기도 많아져야 합니다. 북한이 우리와 함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북한의 사회와 문화, 변화하는 모습을 자주 접하면서 함께 살아갈 같은 민족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합니다. 그러면 미래세대도 통일이 당장은 어렵고 힘들어도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인식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

 

통일준비의 지방화, 평화의 섬 제주가 열어 나가야

 

통일은 불확실한 미래지만 외면할 수 없는 미래이다. 그래서 준비가 필요하다. 고 원장은 통일은 중앙정부나 통일관련 NGO가 하는 일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이제는 통일준비의 지방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오히려 지방이 통일준비에 있어 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에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통일교육에 앞장서고, 지역의 특색에 맞는 연구사업과 남북교류사업도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제주도는 다른 지자체와 달리, 한반도 평화와 지역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곳이고 그런 지역으로 자리매김해 왔다고 평가했다. 2005년 제주가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된 후 올해로 12주년이 됐고, 평화와 번영의 가치를 세계와 함께 나누는 제주포럼도 2001년 시작된 이래 매년 개최되고 있다. 남북협력사업은 1998년 감귤보내기사업을 시작으로 2010년까지 12회에 걸쳐 48000톤을 지원했고, 2009년에는 흑돼지 협력사업도 이뤄졌다.


특히 감귤보내기사업은 지방자치단체 남북협력사업의 효시로 비타민 C 대북외교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긴장과 대립이 지속되고 있고, 감귤보내기도 멈춰 선 지 7년의 시간이 지났다. 도민들의 남북협력사업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줄어들고 있다. 평화의 섬으로 자리매김하고자 노력해온 동안 내적인 성장통과 갈등이 적지 않았는데, 도민들이 평화의 섬 주인이라는 인식을 잊고 있는 듯해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그동안 제주도가 많은 노력을 해 왔지만, 도민들은 평화의 섬이라는 것을 잘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내부적으로 갈등관리도 잘하고, 통일공감을 확산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면서 도민들이 평화 마인드를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남북관계가 좋아져서 남북협력사업이 열리면 평화와 통일에 대한 도민들의 관심은 다시 높아질 것입니다. 그러나 협력사업이 재개되더라도 환경의 변화를 고려해야 합니다. 감귤보내기 초기에는 우리의 지원이 북한에 절박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북한의 시장이 활발히 움직이면서 어떤 방식으로든 귤을 구입할 수 있는 상황이거든요.


귤이 북한의 입장에서 절박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남북관계 경색과 북핵문제가 지속되면서 도민들도 우리는 선한 마음으로 지원했는데, 북한 정권은 도대체 뭐냐는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달라진 남북의 환경을 고려하면서 새로운 남북교류협력의 틀을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고 원장은 최근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추진하는 남북협력사업 방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을 표하기도 했다. 특히 한라산 백두산 생태·환경보존 공동협력사업은 남북이 모두 윈-윈하는 사업으로 제주도의 세계환경수도 유치 등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제주의 환경보전 노하우를 통해 백두산 환경 보존에도 기여 할 수 있는 협력사업이라고 봤다. 중국과 북한, 제주도를 연결하는 크루즈 관광협력사업도 제주도만 할 수 있는 일이라며, 통일 과정에서 지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한다.

 

지방은 중앙에서 하지 못하는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의 지원이 북한에 도움이 되려면 지역의 개발 협력사업으로 가야한다고 봅니다. 우리는 한라에서 백두까지 아닙니까. 통일은 한라와 백두를 이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제주는 운명적으로 통일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양강도 프로젝트 같은 것을 해볼 수 있다고 봅니다. 백두산과 그 주변을 포함해서 제주도가 종합개발을 하는 것입니다. 축산, 관광, 농업 등 모든 분야가 가능합니다. 북한도 굴뚝 없는 산업인 관광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제주도는 국제적 관광지 아닙니까. 지자체가 북한의 지역에 맞게 상호 협력하여 종합개발을 한다면, 서로 윈-윈하는 통일준비 과정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제주형 통일교육 체계 만들어 나가고 싶어

 

그동안 고성준 원장은 제주에서 진행된 통일과 평화 관련 활동, 세계평화의 섬 지정, 남북교류 사업 등 많은 부분에 몸을 담고 헌신해 왔다. 자신도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지역과 통일문제를 연계하여 북한과 통일 관련 강의를 만들어 학생들과 통일의 꿈을 키운 것, 91년 한소 정상회담이 제주에서 열린 것을 계기로 뜻있는 사람들과 제주를 평화의 섬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한 것, 북한 감귤보내기에 동참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에 조금이나마 기여한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보람으로 남을 일이 한 가지 더해졌다. 그는 대학을 퇴임하면서는 제주지역에 기반을 둔 통일 싱크탱크인 제주통일미래연구원을 만들었다. 제주의 미래가 통일과 직결되기 때문에 제주의 입장에서 통일에 대한 연구를 해보자는 취지이다. 정책연구와 북한지역연구, 제주지역 탈북민을 통해 체험된 지식을 모으는 작업도 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지역의 학교, 대학의 연구소, 통일단체와 함께 제주형 통일교육 체계를 수립하고 내용을 다듬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다.


지역에 기반을 둔 통일 관련 연구원은 드물다. 출발은 좋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분들이 통일운동의 지속성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힘을 보태고 있다. 제주도와 협력하여 통일관련 활동을 추진해 온 육지 사람들에게도 반갑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연구원이 통일준비의 지방화를 위한 새로운 가치와 모델을 만들고, 제주 통일운동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방파제와 같은 역할을 하길 기대해 본다.





제주통일미래연구원은 지역의 청소년 통일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취재 편집부

사진 김성헌 객원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