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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화해 86호] 특집 2-남북교류협력 재개를 위한 제언
작성자 : 민화협 / 읽은수 : 280 / 날짜 : 2017-05-08



특집 2. 전문가 간담회 - 남북교류협력 재개를 위한 제언


사회적 합의 이끌어내면서

남북교류의 새로운 패러다임 만들어야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 등으로 남북 민간교류나 인도적 대북지원은 정체된 반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민족화해특집 전문가 대담에서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를 다시 정착시키는 데 남북 민간교류와 인도적 대북지원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색해 보았다. 대담은 414일 진행되었다

 

· 전문가 대담

공용철 민족화해편집인·KBS PD / 사회

고경빈 평화재단 이사

곽수광 국제푸른나무 이사장

이승환 민화협 공동의장·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


공용철

먼저 박근혜 정부의 남북 민간교류나 인도적 대북지원에 대한 평가를 해 달라.


곽수광

체감하고 있는 것처럼 박근혜 정부의 인도적 대북지원은 거의 전멸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4년 대통령이 통일대박을 이야기하며 일말의 기대감을 주었는데, 최근 통일부장관이 통일대박은 정치적 수사이지 정책은 아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이야기가 곧 지난 정부의 대북정책을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라 본다.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단 한 건의 대북 민간접촉 신고도 승인되지 않았다. 다만 외국인이 운영하는 유진벨 재단의 결핵약 지원만 승인되었을 뿐이다. 인도적 지원(humanitarian assistance)은 어떠한 정치적, 군사적 상황과도 연계되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2016년 초 북민협 회장단과 통일부 고위당국자 회담 자리에서 유엔 대북제재가 시행되고 우리 정부의 대북 압박정책이 진행되니, 이것이 효과를 얻을 때까지 인도적 지원을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정치적 압박이 효과를 거둬 북한이 반응했을 때 인도적 지원을 하겠다는 사고는 사실 인도적 지원의 원칙과는 맞지 않는 것이다.


이승환

그동안 정부가 남북관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민간교류협력의 문제를 지나치게 과잉 이념화했다. 민간교류 자체에 대한 판단까지 정부가 독점해, 민간의 접근법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남북 민간교류 자체를 정부의 대북정책 수단의 일환으로 다룬 것이 민간교류 생태계가 파괴된 제일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또한 민간교류를 진행하는 주체들도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사회문화교류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막는다고 못하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민간의 생태계가 파괴되며 당국의 그런 부분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본다. 민간 분야 자체가 과잉 정치화된 측면을 보여준 것도 정부의 민간교류에 대한 독점 내지는 철저한 통제의 빌미가 된 측면이 있다.


공용철

일각에선 대북정책, 남북관계, 민간교류 등이 국내정치에 이용되고, 종속변수가 되다 보니 정파적 이익을 추구하는 수단이 되지 않았냐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승환

오랫동안 지적된 문제다. 저는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나 동북아 평화협력구상 등이 내용적으로는 세부적이고 구체적 비전은 없었지만, 접근방식에서 완전히 잘못됐다고 보진 않는다. 다만 추진과정에서 남북 정치적 대결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권기반을 이용하는데 사용한 방식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가 북한에 대해 갑의 위치에 있다는, 북한을 잘 다룬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보여주는 데 중점을 두면서 대북정책의 기조가 그리 나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이다.


공용철

결과적으로 우리의 목적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북제재였는데, 제재 효과는 물론 있었겠지만 북한은 핵을 포기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남북대화의 통로가 모두 끊기며, 한반도 문제가 지나치게 국제화해 우리의 역할이 축소되었다.


고경빈

핵 문제에 압도되어 남북관계가 거의 실종된 원인을 두고 말하자면, 원인제공자인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3대 세습을 했기 때문이라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쨌든 민간교류가 소멸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놓친 게 많다. 먼저 지난 남북관계를 수십 년간 개척하면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했던 원칙적 접근이 모두 실종되었다.


크게 보면 네 가지가 아쉽다. 하나는 남북 간 적대구조다. 비정치적 부분에서 교류협력을 발전시켜 나가면 점차적으로 남북관계의 화해를 이끌 것이라는 기능주의적 접근이 와해되었다. 두 번째는 정경분리 원칙의 한계를 절감했다는 점이다. 개성공단 사태를 보며 정경분리 원칙을 우리가 견지할 수 없었던 직접적 결과로 민관협력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붕괴되었다. 세 번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여론은 분열되어서 과거에 비해 북한이 핵 실험을 하고 3대 세습을 하며 진보, 보수할 것 없이 북한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했고, 남남갈등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런 부분을 지난 정부가 권력 강화에 단기적으로 이용한 측면이 있다. 결과적으로 민주주의의 기본이 약화되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는 한반도 문제가 지나치게 국제화되었다는 것이다. 한반도 당사자 해결 원칙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핵문제에 올인하면서 북한을 원칙적으로 다루겠다는 단호한 입장으로 단기적으로는 보수층의 결집을 이뤄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가 수십 년 동안 추구했던 바람직한 접근방법과 원칙이 다 무너진 게 안타깝다.


공용철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시기에 활발하게 진행되었던 때를 1기라고 한다면 앞으로 재개될 교류협력의 2기는 1기와 어떻게 달라야 할 것으로 보는가

 

남북 민간교류·인도적 지원

곽수광 상호 윈윈 할 수 있는 개발 협력 모델 시작해야

이승환 북한의 경계심 인정하며 책임 있는 협력 자세 필요해

고경빈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주의 사업 먼저 가능할 것


곽수광

북한도 많이 변했다. 과거에는 고아원, 취약계층, 영양실조 아이들을 위한 긴급구호에 집중했다면, 지금 북한은 그런 지원은 받지 않겠다는 단계다. 그래도 여전히 북한 중앙정부의 통제력이 약해진 지역의 긴급구호는 계속되어야 한다.


산림분야나 농업개발 협력 등 서로의 자존심을 세워주며 할 수 있는 교류 협력을 통해 북한 전체 인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업을 연구하고 모색해야 한다. 이제는 수용자 중심의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 북한도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바뀌는 걸 기대하는 게 느껴진다

 

공용철

민간교류도 영역을 확장하고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이승환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북한이 민간교류협력에 대해 굉장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다. 남쪽에서 민족화해나 교류협력을 얘기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가지고 있다. 독일식으로 우리를 흡수하려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 북한이 그런 경계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여러 조건과 환경이 있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


두 번째는 우리가 북한과 교류협력을 한 게 얼마 되지 않았다.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한 시기였다면 이명박·박근혜 정부시기가 있었다. 저는 단절은 없었다고 본다. 그 사이 북한도 여러 시절을 거쳐 오면서, 남한에 대한 판단이 바뀌고 수용성이 굉장히 높아져 있다. 이 두 가지를 잘 고려하며 추진해야 한다.


북한의 경계심을 이해하고 실제 북한이 변화하고 스스로 준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돕고 기다리며 교류를 진행하고, 우리 스스로도 지난 20년 가까이의 경험들 속에서 더 성숙하고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과거 민간교류 내부에서 과당 경쟁이 일어나고 원칙이 부재하기도 했는데, 이제 20년을 겪으며 성숙했기에 민간교류도 책임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조건에 와있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민간교류와 대북 인도지원에서 합리적으로 접근해 나간다면 저는 민간교류가 앞으로도 잘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공용철

또 하나의 숙제가 악화된 우리 내부의 반북 여론이다. 대규모 현금이 들어가는 경제협력에 대해서는 국민적 동의를 얻기가 어렵다고 본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는 민간교류에 대해서도 매칭 펀드 형식으로 정부 예산을 지원하기도 했고, 그동안 남북관계가 활성화될 때 상당부분은 정부 예산 지원이 뒷받침된 것이 사실이다. 이제 이런 지원 방식의 교류협력이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있으리라 보는가.


남북교류협력·지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

고경빈 남남 갈등 현실 인정 하에 교집합 아닌 합집합 외연 넓혀야

이승환 남북관계 발전은 우리 사회 민주주의 연동된 문제,

다양성 존중하는 관용 필요해

곽수광 상호 인정과 존중 바탕한 민관 투 트랙 접근 노력하자


고경빈

비관적으로 본다. 우리의 환경에 맞춰 민관이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한다. 10년 전으로 돌아갈 순 없다. 핵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민간교류가 와해된 마당에 민간 통일운동, 교류역량의 좌표, 목표가 다 흔들려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민간교류를 하면서 남북 간 상호신뢰에 기초를 두고 동질성을 확인하면서 추진한다는 것이 옳은 전제인지 고민이 된다. 그건 남북 민간교류의 결과인데 출발점으로 착각한 것은 아닌가 싶다.


새로운 교류는 동질성 회복보다는 처음부터 분단 70년 이후 현실의 이질성을 확인하며 남북이 불신하는 상황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좌표가 흔들리는 부분에서는 소위 남남갈등의 현실 등을 극복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이걸 부정할 수 없다. 남남갈등이라는 현실을 인정하고 시작해야 한다. 진보, 보수의 교집합 추구가 아니라 합집합으로 외연을 넓혀야 한다. 30년 전 국회에서 면책 특권을 가진 국회의원이 대정부 질문을 할 때 우리나라의 국시는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라 했다가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받고 의원직을 박탈당한 사례가 있다.


당시 보수는 통일을 허용 못했지만, 물론 지금도 통일이라는 내용에 다 동의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 용인하고 있다. 이처럼 남남갈등의 현실을 인정하고 나와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을 인정한다면 남남갈등의 절반은 이미 해소된 것이고 소통을 통해 나와 생각은 다르지만 사력을 다해 설복하려는 그런 모습들은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공용철

북한은 정치·군사적인 큰 틀의 문제가 해결되고 그 다음 사회문화교류나 인도적 교류가 이어지길 바라고, 우리는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고 한다. 사실 북한 핵문제가 국제화된 탓도 있지만 우리의 민간교류도 한계를 자각하고 새로운 좌표나 이념 방향을 설정해야 하지 않을까.


고경빈

새 정부가 지난 정부보다 남북관계에 대해 열린 자세로 나간다 하더라도 과거의 접근으로 돌아가면 실패할 것이라 본다. 지금 민간 역량이 집중해야 하는 것은 우리 정부와의 협력이나 북한과 호흡을 맞춰 평화의 공간을 만드는 것보다는 우리의 흩어진 역량, 좌표를 다잡는 것이다. 통일 대 반통일 구도보다는 우리의 견해차를 같이 끌고 나갈 수 있는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정부가 남북 민간관계를 허용하더라도 그 정부가 끝나면 다시 원위치로 돌아갈 것이다. 과거에는 명망가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공간을 만들어내는 노력을 했다면, 지금은 명망가들이 혼자 십 보 앞서 나가는 것보다는 국민을 끌고 함께 일보 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본다

 

공용철

현재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진행 중이고, 특히 한국이 주도적으로 해 나가는 분위기에서 새 정부가 대북지원을 하고 민간교류의 의지를 보인다면 국제사회에서 볼 때는 비판의 소지도 있을 것 같다. 남북관계를 우리가 먼저 풀겠다고 한다면 국제사회를 어떻게 설득해야 한다고 보는가.

 

곽수광

국제사회 안에서도 남북 간 평화적 민간교류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기를 원하는 흐름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이나 여러 우방 국가에서도 당국의 흐름과는 달리 민간교류를 통해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새 정부가 민간교류를 활성화시키는 과정에서 국제사회를 설득할 만한 우군인 그들을 잘 활용해야 한다.


그렇지만 너무 급작스럽게 정책을 변화시켜 국민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지혜롭게, 가능한 것부터, 누구도 이의를 달 수 없는, 취약계층, 어린이, 장애인 등 계층 지원부터 풀어나가며 여론을 바꿔나가는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이승환

북한에 대한 접근은 다층화, 복잡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국 간 판단만 존재하는 단선적 남북관계가 제일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런 점에서 민간에서도 북한에 대한 다양한 차원의 접근이 있어야 한다. 북한 인권도 마찬가지다. 당국만 이야기하면 되는 게 아니고 민간차원의 보수와 진보 모두 이야기해야 한다. 가장 문제는 정부 독점과 정부의 판단 독점 체제가 일단 깨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다층적 접근이 가능하다.



아울러 민간교류도 제재와 협력의 병행이라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한다. 엄밀히 말하면 북핵문제 악화와 민간교류 파괴가 일종의 악순환을 거쳐 왔다. 사실 북핵문제와 민간교류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런데 북핵문제로 민간교류를 중단시키고, 민간교류가 중단되니 남북관계가 더 악화되고, 그러니 북핵문제가 더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진행되었다.


당국 차원의, 국제적 차원의 제재, 레짐(Regime)이 작동하는 것과 별개로 민간교류를 통해 통일 과정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병행해서 이뤄질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민간교류가 가진 의미에 대한 진보, 보수를 넘어 일정한 합의기반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민간교류도 원칙과 방향이 있어야 하고 이를 통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민간교류는 인도주의와 인권에 대한 원칙이 분명해야 한다.


다음으로 평화를 지향하고 생태적이어야 하며 젠더의 관점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보편 가치를 추구하고 거기에 필요한 교류를 추진하면 국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민간교류의 정당성을 충분히 보장 받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민간교류도 자신의 입장과 전략, 가치를 분명히 하고 국민과 국제사회를 설득해야 한다.


고경빈

민간 통일운동의 가장 큰 과제는 우리 사회에 흩어져 있는 대북교류, 대북지원그룹이 국민과 함께하고 체감할 수 있는 사업들을 전개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종의 대중사업을 통해 조금 느리고 답답하겠지만 조금씩 역량을 끌어 올리는 게 필요하다.


정부 입장에서는 제재나 북한 핵문제로 꽉 막힌 정국에서 국내 보수층이나 국제여론을 의식해 힘든 상황이지만, 다행스럽게도 열릴 수 있는 공간은 있다. 인도주의와 평화문제는 지금도 풀 수 있다. 대표적 사업으로 할 수 있는 게 이산가족 문제다. 고령 이산가족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강산 면회소를 열 수 있다면 금강산 문제도 간접적으로 풀 수 있다. 여기에 민간에서 국민 공론을 끌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진보 정부가 들어서면 그걸 스스로 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이다.


두 번째는 평화문제다. 핵문제를 돌파하지 않고는 어떤 남북관계도 초석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핵을 머리에 이고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없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북한이 핵실험을 처음 한 2006년이 아니라 정부가 수립될 때부터 주변국들의 핵을 머리에 이고 산 셈이다. 하지만 그때는 핵 위협을 느끼지 않았다. 북한의 핵 보유 자체가 위협이라기보다는 그 아래 숨어 있는 적대감이 문제다. 근본적으로는 적대구조가 문제인 것이다. 지금의 피상적인 핵문제가 아니라, 남북관계의 근본적 문제인 적대구조 해소, 분단구조 극복이라는데 관심을 돌릴 수 있다면 핵문제, 민간교류의 문제가 풀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럼 정부도 남북관계를 운용하는 데 더 용이할 것이다.


공용철

지금까지 남남갈등, 사회통합을 이야기했는데, 핵심은 북한 체제를 어떻게 보느냐에 있는 것 같다. 북한을 협상과 대화의 파트너로 보는 입장이 있고, 북한의 체제를 바꾸지 않은 상태에서는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 있다. 이런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곽수광

모든 대화에는 상대방이 있다.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 신뢰의 바탕이 없으면 진솔하고 마음을 터놓는, 효율적인 대화가 될 수 없다. 지적처럼 양극단적 사고의 프레임 속에서 우리가 남북교류를 해 나가는데 어려움이 있는데, 새 정부가 최소한 상대방에 대한 인정, 존중으로 출발해 대화의 노력을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승환

예를 들어 북한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 정권 교체)를 주장하는 이들의 동기에 대해 저는 어떤 측면에서는 이해할 수도 있다. 문제는 모든 정책 수단 판단은 현실가능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북한의 레짐 체인지를 위해 할 수 있는 합법적, 합리적 수단이 있는가? 정부가 비밀 공작하는 것처럼 북한에 외부 정보를 유입하고 간첩을 파견하는, 이런 것으로는 레짐 체인지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현실 가능한 방법이 없는 목표는 불가능한 목표다.


진영 간 논쟁보다는 현실 가능한 목표를 찾아가는 대화와 소통의 노력이 필요하다. 앞서 합집합을 추구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합집합을 만들기 위한 역량과 수단,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일종의 관용이 필요하다. 그와 관련해 남남갈등이 문제니까 해결하자는 것 이전에, 우리 사회가 차이에 대한 관용과 다양성이 존중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하고,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가 지금 이상으로 진전되는 것이 남북관계든 내부관계가 해결되는 지름길이라고 본다.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도 예를 들어 북한에 민간이 없는데 무슨 민간교류냐고 비판하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민관을 구분하는 기준이란 것이 무척 애매하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민간 역량이 신장되어 북한과의 만남에서 영향력이 높아지면 북한에도 그와 매칭되는 민간이 생겨나고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민간 역량을 창출하고 증진하는 관계를 만들어가야 하며, 남쪽 내부의 다양한 민간 역량들이 다층적으로 북과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말이나 구호로는 전혀 해결될 수 없다. 남북관계 발전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의 문제이고 이와 연동되어 있다는 점을 더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경빈

대북문제에서 남남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강박적 프레임을 걷어내고 견해차를 어떻게 좁힐 지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 견해차가 불가피하고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북정책을 추진할 때도 두 개의 동력을 같이 가져야 한다. 하나는 북한은 통일 미래의 상대라는 것이다.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안보를 소홀히 할 수 없듯 안보를 튼튼히 하기 위해 남북관계를 끊을 수 없다. 서로 모순이 아니라 우리의 운명이다. 또 하나는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책임은 정부에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정책의 비판에 열려있는 것은 비판자의 이익이 아니라 정부의 이익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의 혹시 모를 위험부담이나 장애물을 지적해주는 것이 자기 정책의 성공을 담보하는 일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정부가 비판에 열려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보수와 진보가 중도라는 어설픈 지점에서 타협한다기보다는 서로 자기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합리적 소통을 한다면 양 날개로 새가 날아가듯 분명히 합집합이 늘어날 것이다.


곽수광

정부와 민간이 투 트랙으로 갈 때 우리 쪽 이익도 극대화된다. 지금까지는 지나치게 정부 주도로 모든 것이 이끌어진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민간이 활성화되어 때로는 다른 길로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민주주의의 가장 큰 장점이 다양성 추구이듯, 이 장점을 가지고 대북관계를 주도적으로 풀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경빈

민간교류 생태계가 파괴되고 회복이 어렵게 된 책임을 정부에만 돌리는 것이 민간의 변명이 될 수 없다. 민간도 새로운 전술 개발에 소홀했다. 예전만을 생각하고 정부가 바뀌면 좋은 시절이 오지 않을까 기다리면 안 된다. 지금은 민간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호기라고 생각한다. 일제 강점기 한용운 선생이 조선의 청년들을 격려하며 너희들은 식민지에 태어난 걸 기뻐하라고 하셨다.


청년들이 왜 그런지 묻자 너희들은 독립운동을 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세대라고 하셨다. 이처럼 분단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도 통일운동을 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 그런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호의적인 정부가 들어서고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어려운 환경일지라도 통일 운동을 해 나가야 한다. 과거의 통일 대 반통일 구도보다는 훨씬 더 도전적이지만 해볼 만하다고 본다

 

공용철

귀중한 의견 감사드린다. 대담을 마치겠다.


대담을 마친 후, 왼쪽부터 곽수광 국제푸른나무 이사장, 고경빈 평화재단 이사, 공용철 <민족화해> 편집인, 이승환 민화협 공동의장.


· 정리_박윤수 민화협 1020통일공감 기자단 · 사진_김성헌 객원작가